서울 아파트 월세 84%가 전세보다 비싸다…이유 2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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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3-03-03 09:24본문
중앙일보 입력 2023.02.2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2388
경기도 광명시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이모씨는 최근 이사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목동의 전세나 월세집을 알아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이씨는 “대출이자나 전·월세 전환율(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 등을 고려해 계산할 때 월세가 전세보다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22일 중앙일보가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전·월세 물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 단지의 월세 물건 중 83.7%(6113/7303건)가 전세 시세보다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전·월세 전환율은 평균 5.3%로 나타났다. 전·월세 물건이 각각 10건 이상 등록된 서울의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257곳을 조사한 결과다.
마포 아파트 월세, 전세보다 37만원 더 비싸
전세와 월세의 가격은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의 차이를 통해 비교할 수 있다. 전세 시세는 매물 호가의 중간값으로 정하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한도가 5억원(SGI서울보증)인 상품의 최저금리(연 4.38%·신한은행 기준)로 잡았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 단지의 보증금 3억5000만원에 월세 190만원짜리 매물(전용 84㎡)을 계약할 경우 전세 이자보다 매월 약 37만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해당 면적 전세 매물 141건의 중간값은 7억7000만원으로 전세와 월세 보증금의 차액인 4억2000만원을 연 4.38% 이율로 빌릴 경우 월 이자는 약 153만원이기 때문이다.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낮은 재건축 단지의 상황도 비슷하다. 양천구 목동의 신시가지5단지 전용 115㎡의 경우 8억원에 170만원짜리 월세 물건이 있는데, 중간값(11억원) 전세 매물의 이자비용은 약 110만원으로 월세보다 60만원가량 낮다. 최고금리(5.08%·신한은행 상품 기준)로 가정해도 월세가 전세보다 비싼 사례는 조사 대상의 60.6%(4430건)다.
금리 인상과 ‘1주택자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전세의 월세화’ 가속
이렇게 월세가 ‘비싸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출금리가 크게 치솟고,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것으로 예상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 대출이자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경우가 늘었다.
갭투자(전세 낀 상태로 주택 매입)를 원천차단하겠다며 지난 정부에서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막은 것(2020년 6·17대책)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갖고 있거나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 이상인 1주택자는 지금도 전세 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다. 자신 소유의 경기도 하남시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송파구 가락동의 월셋집을 얻어 사는 김모(49)씨는“기존에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해 살았는데 올 초 집을 옮기려다 보니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대출이 딱 막혔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더 비싼 월세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출규제를 대거 풀겠다는 정부는 3월 2일부터 시가 9억원 초과 1주택자 및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상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보증을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6·17대책 때 축소(9억원 이하 1주택자 및 부부합산 소득 1억원 미만은 전세대출 가능)한 1주택자의 보증한도(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보증을 받을 경우 4억원에서 2억원으로)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말이 없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막는 전세자금대출규제는 반드시 규제 이전 상태로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월세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율은 지난해 12월 50.3%까지 치솟았지만 1월 42.7%, 2월 42.3%로 감소세를 보인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금리 인상이 급격하게 이뤄진 지난해만 해도 월세를 찾는 손님이 더 많았다”며 “최근에는 계산기를 두드려 전·월세의 장단점을 파악해 본 뒤 신중하게 선택하는 임차인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정부의 압력 등으로 은행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다만 금리 인하에 따라 전세 수요가 새로 유입되더라도 당분간 전셋값 약세 현상은 지속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에는 수도권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해 수도권에만 23만 가구가량이 입주하는데, 올해까지는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에 대한 위험이 커진 것도 전셋값 약세를 예상하는 이유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 리스크가 클수록 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아주 낮아야 전세로의 수요 이동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